교회와 성당

사람사는 2010/12/24 13:54

새로 전세 들어간 집은 지금껏 내가 살아본 집들 가운데 가장 높은 16층에 있어서 전망이 좋다. 더군다나 바로 옆에 OO교회 제5주차장이라고 현수막 걸린 널따란 공터가 있어서, 북향이지만 확 트여 있다. 얼마전 OO교회 제5주차장 옆 또 다른 공터에 흙파기 공사가 시작되었고 덤프트럭이 부지런히 제5주차장 가장자리에서 차를 돌려가며 흙을 퍼날랐다. 당연하게도 OO교회 제6주차장이 만들어지겠거니 했는데, 아님을 금방 알 수 있었다. 며칠전 제5주차장 주변에 쇠로된 펜스가 둘러 쳐졌다. 주말을 제외하면 늘 텅텅 비어 있는 주차장을 펜스로 막은 것이다. 공사 차량들은 좁은 이면도로와 출입구를 후진으로 들어와 흙을 가져가야 했고, 가끔 포크레인을 들어내 가거나 기중기를 들여 올 경우에 그 큰 트레일러를 낑낑대며 펜스 다칠까 조심하며 공사장으로 들어오곤 했다. 2차선 좁은 길을 사이에 두고, 두 개의 고등학교와 한 개의 중학교, 조금 떨어진 곳에는 한 개의 초등학교가 있어서 학생들 왕래가 잦은 곳인데, 공사 차량이 길가에서 대기하거나 차를 돌린다고 장시간 좁은 이면 도로를 점거하고 있는 모습이 영 불안해 보인다. 비록 공사장이 내가 사는 주상 복합 오피스텔과 딱 붙어 있지만, 위에서만 바라봐서 지금도 난 그 공사장이 뭘 만드는지 모른다. 아침 6시 정도부터 부지런히 땅을 파고 있다는 것과, 교회 소유가 아닌 그 무언가를 지으려 한다는 것 밖에는...

마주보고 있는 OO교회의 담벼락은 전구로 화려하게 꾸며져 밤에도 볼거리를 제공하여 보기는 좋은데, 교회가 추구하는 예수님의 가르침 중에 이웃을 사랑하라는 것도 있지 않았나.. 아주 소극적인 사랑만 베풀어도 이웃의 공사가 훨씬 수월할텐데...

한달 전쯤, 작가이신 장인어른이 DVD 한장을 내미셨다. KBS에 아는 사람이 보라고 준 것이라고.. 고 이태석 신부 어쩌고 씌여 있었고, "울지만 톤즈"라고 씌여진 제목이 보여서, 단순히 천주교 포교와 관련되어 톤즈라는 아이 이야기인가 보다 생각했다. 또 며칠후 그것이 극장 개봉 예정이라는 것을 인터넷에서 봤을 때도, 그게 그거였나 근데, 뭘 그런 걸 상영하나 생각하고 말았다. 어제 밤에 이태석 신부와 관련된 TV 프로를 보다가 톤즈가 수단의 낙후된 한 지역 이름이라는 것과 그곳에서 이태석이라는 분이 행하신 숭고한 일들을 접하게 되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이태석 신부의 말... 예수님이 이곳(톤즈)에 오신다면 성당을 먼저 지을까 학교를 먼저 지을까. 당연히 학교일 거다.... 세상에는 정말 존경하지 않을 수 없는 사람들이 있다. 종교를 떠나서 인종을  떠나서..

종교와 담 쌓고 살고 있지만, 기독교, 교회, 목사, 장로 라는 말을 들으면 왠지 거북하다. 하지만, 천주교, 성당, 신부 라는 말은 듣게 되면 차분해지고 약간의 경외감을 느끼게 된다. 서울시를 봉헌하겠다고 시장의 신분이면서 장로라는 이름으로 행한 말 때문이 아니라, 대학시절 명동성당을 서성였던 기억 때문이 아니라, 지금껏 살아 오면서 겪고 들었던 것들이 자연스럽게 종교에 대한 느낌을 만든 것 같다.

80년대 초, 신도안이라는 지역이 북한의 레이더에 잡히지 않는 천혜의 요새이며, 풍수지리상 수도가 될 곳이라고 하여 주민을 강제로 이주시킨 적이 있다. (사실, 조선의 수도가 될 뻔했다.. 신도안내에 대궐터라는 지명이 있고, 짓다만 각종 석축들이 널려 있어 놀이터로 삼고 자랐으니까..  지금 그 신도안엔 육해공 3군 사령부가 자리잡아 온갖 별들이 잔뜩 살고 있다.) 순박했던 촌 동네 어른들은 돈 몇 푼 쥐고 고향 떠나 타향살이를 했는데, 그때 우리 부모님도 某 성씨 집성촌에 자리를 잡았다. 그 때가 중학교 2학년이었다. 길가 집을 구했지만, 담은 허물어졌고, 지붕은 낡았지만, 손기술 좋은 아버지는 거의 혼자서 집을 보수하셨다.. 심지어 나중에는 그 무거운 석까래까지 설계하고 자르고 지붕에서 조립하는 방식으로 올리셨으니. 근데, 시시때때로 시비를 거는 사람들이 있었다. 교회 다니는 사람들이 떼로 몰려와서 먼지가 난다느니, 시끄럽다느니 시비를 걸었고, 단체로 민원을 접수해서 불려다니게 만들고... (그 시골 촌동네에서 비전문가 한 사람이 집 보수하겠다고 뚝딱거리고 있는데 먼지가 나면 또 얼마나 날 것이며....) 그때부터 어머니는 "예수쟁이"에 치를 떨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종교를 갖고 있는 사람에 대해서, 왠지 모를 고상한 것을 기대하게 된다. 종교가 제시하는 가르침을 늘 듣고 행하는 사람들이라면 비종교인 보다는 좀 더 나은 인격이나 뭔지 모를 좀 고상한 그 무엇이 있지 않을까 하는 느낌을 갖게 된다. 나도 그러니까.. 그런데, 그 종교인들이 더 심하게 괴롭히니 어머니 입장에서는 어떠했을까.. 성씨도 다르고, 타지에서 들어와 교회도 안 다니는 사람에 대한 텃세가 무척 셌다고 볼 수 있다. 다행이 내 중학교 은사 사모님의 노력과 계라는 것을 통해 차츰 누그러뜨릴 수 있었지만 그렇게 되기까지 수 년간 괴롭힘을 당했으니.. 지금도 그 "예수쟁이" 이야기가 나오면 손사래를 치신다.

군 시절에는 신영복 교수의 말 따라, 종교가 없을 지라도 대부분 "떡신자"가 된다. 종교의 자유를 허용한다는 이상한 방침에 의거하여 원하지 않아도, 주말이면 고참들 뒷치닥거리가 있을 지라도, 이등병들은 차출되어 세 개 종교를 순례해야 한다. 그 시절 가장 좋았던 것은 절이었다. 절은 위병소 밖에, 그래봐야 십수 미터 밖에 떨어져 있지 않지만, 일단 군대 영내를 벗어나서 있다는 점과 묵상의 이름으로 눈을 감고 쉴 수 있고, 끝나면 초코파이까지 주기 때문이었다. 성당은 군 내에 있었지만, 과자나 여타 지급되는 것의 품격이 있었다. 다만 자꾸 일어나서 옆사람과 인사하라고 해서 귀찮기는 했다. 교회도 영내에 있었지만, "떡신자"인 내게 있어서는 기피대상이었다. 영내에서 먼 곳에 위치하기도 했고 끝나고 주는 게 형편없었다. 지금도 기억나는 것은 눈 길을 걸어가 참석했는데, 싸구려 주스 한잔 얻어 먹은 기억이.. 군종은 착한 성품의 성실한 고참이었더랬는데.. 떡신자 시절에도 교회는 내게 제일 안 좋은 인상을.. ㅋㅋ

대학교 시절 가장 후회되는 것은 세상을 폭넓게 알려고 하지 않았다는 것이고, 군대 시절 가장 후회되는 것은 말년에 기타를 배우지 못하고 나왔다는 것인데, 아마도 죽을 때쯤이면 종교를 갖지 못한 게 후회로 남을지도 모르겠다. 종교를 갖게되면 아마도 천주교가 되지 않을까 싶다.

[업데이트 : 2011년 2월 16일] 요즘은 가끔 땅파는 소리가 들리지만 땅은 다 판 것 같다. 궁금한 마음에 무슨 공사인지 확인을 했는데, 내 생각이 틀렸다. 교회소유 건물이다. 재미난 것은 공사 안내에 쓰여 있는 말.... XX교회 사회복지관 신축공사... XX교회는 OO교회와 왕복8차선을 사이에 두고 약간 비스듬히 위치해 있는 교회이다. 우리 집에서 보면 OO교회, XX교회 사이에 ZZ교회가 있어 삼각편재로 펼쳐져 위치하고 있다.  어쨌거나 인근 교회 복지관 공사라니 뒤늦은 펜스 공사가 더욱 아이러니하다.

Posted by 장현춘

지난 토요일 어버이날을 맞아 회사에서 공동구매한 꽃바구니를 들고 농사짓고 계신 부모님을 뵈러 갔었다. 일흔이 코앞인 아버지는 논농사를 짓어 쌀을 자식들에게 택배로 보내주시고, 할아버지 묘를 모시는 산 중턱의 자그마한 밭을 일구며 깨 등을 심어 올려보내주시곤 한다. 때론 집 안 마당 한켠 비닐하우스에 버섯을 키워 보내주시거나 무공해 상추를 심기도 하시고 때로는 남의 노는 밭에 고추를 심기도 하신다. 그러고도 일이 없으시면 정부에서 하는 공공근로에 나가셔서 무더운 여름 내내 길가의 풀을 베거나 남의 집 조경 꾸미는 데 돌이나 나무를 옮겨 심기도 하신다. 손 재주가 좋으셔서 인지 인정을 받아서 왠만한 일에는 항상 아버지가 사람들을 모아 나가신다. 예전 오토바이 사고로 다리에 철심을 박고 살아가시는 아버지는 그렇게 1년 내내 이리저리 일을 찾아 내는 재주가 있으신 듯 하다. 아버지와 동갑이신 어머니는 근처 방울 토마토 농장에 일이 있으면 찌는 듯한 비닐하우스에서 반나절 일을 하고 녹초가 되어 돌아오시곤 한다. 부모님이 이렇게 일을 하시는 것은 소일 거리가 없으셔서 그럴까 ?

부모님에게 있어서 정치는 김종필이었다. 그가 무슨 당을 만들었건 어느 놈과 붙어 먹었건 김종필 이름 하나면 끝이었다. 이유는 같은 충청도 고향 사람이니까 뭐라도 하나 더 해주지 않겠냐는 소위 "믿음의 정치"랄까... 근데, 부모님이 달라지셨다. 김종필이 정치판에서 멀어진 탓만은 아닌 듯 하다. 6월 2일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이 되면 농촌은 거덜날거란다. 부모님에게 있어서 한나라당은 곧 이명박정부다. 정부는 해마다 추수가 끝나면 농민들이 수확한 벼를 보조금을 주어 사준다. 이를 수매라고 하는데, 이전 노무현 정권때 벼 한 가마니당 수매가는 17만원이었단다. 이명박 정권들어 수매가는 11만원으로 확 줄었다. 그만큼 농가 소득이 줄어든거다. 또한 농사 지으라고 정부에서 비료를 보조해줬는데, 이명박 정부들어 이마저 확 줄였단다. 그리고 불법을 막겠다면서 예전같으면 마을 이장이 나누어주던 비료를 이제는 농민들이 구매한 후 관련 서류를 제출하는 후불제로 바뀌었단다. 줄은 것도 속상한데, 후불제라 여간 성가신게 아니라고.. 농촌 어르신만 해당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이전 정부에서 지급하던 노인 교통비 보조금도 싹 없어졌단다. 이명박 정부 들어 복지란 복지는 죄다 줄이고 없애고, 강바닥만 파 재끼고 있다고 아버지와 어머니는 열을 올리신다. 그래서 아버지, 어머니는 시골 촌 구석에 사시면서도 서울시장에 오세훈, 한명숙이 나온 것도 아시고, 오세훈이 되면 안되고 한명숙이 되야한다고 하신다... 한나라당은 생각하기도 싫으신 듯...

전보다 팍팍해진 삶 때문에 아버지 어머니가 일년 내내 종종거리며 일 거리를 찾아 헤매신 거다. 이전보다 줄어든 소득과 자식이 부쳐주는 돈으로는 당신들의 미래가 불안하시기 때문에...

내가 시골 집에 도착한 어버이날에도 어버지는 먼지 수북히 뒤집어쓰고 저녁 무렵에 들어오셔서는 오늘 아니면 힘들다며 논에 물 대러 가봐야하신다며 금방 또 논으로 나가셨드랬는데, 그 다음날 아침에 눈을 뜨니 역시 아버지 어머니는 일하러 가셨다. 아버지는 논으로, 어머니는 방울토마토 비닐 하우스로.. 오랜만에 찾아온 외아들과 며느리와 손자들을 뒤로한 채 일을 하러 가야하는.. 이것이 농촌의 현실이다.

이번 어버이날, 내게는 한나라당과 이명박 정부를 싫어할 이유가 하나 더 늘었다.

Posted by 장현춘

어제 진행된 국회의원 보궐 선거에서 울산 북구에 출마한 진보신당 조승수 후보가 당선됐다. 2005년 민주노동당 시절 선거전 지역 주민 초청행사에 참석했다는 것이 선거법 위반이라며 당선 후 국회의원직을 박탈당했던 조승수 후보가, 이번 보궐 선거에서 당선되어 남은 임기를 채우는 셈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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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는 좋은데, 경제는 암울하고...

간만에 기분 좋은 소식 !!!

Posted by 장현춘

오늘 출근 전 잠시 본 뉴스의 기사가 아침부터 씁쓸하게 만듭니다. 사이버 모욕죄 신설을 검토하겠다는 김경한 법무장관... 차라리 국가원수 모독죄라 하지 그러냐는 민주당... 압권은, 밤마다 천명의 폭도가 서울을 장악한다는 한나라당 이인기 국회의원. 광주 민주화운동과 87년 거리를 뜨겁게 달궜던 폭도들에 대한 아픈 기억이 한나라당에게는 전생처럼 각인되어 있나 봅니다. 폭도라.... 내 주변에도 여럿 있군요.
예전에 늘 궁금했었던 단어, 하지만 근래에는 잘 들을 수 없는 그 말.. "기성세대"..  무슨 문제라도 터질때면, 각종 매체에서 늘 지목하던 원흉, 기성세대. "기성세대의 잘못된...." 으로 시작되어 결국 깔끔하게 문제의 원인을 밝혀주던 그 기성세대. 도대체 누구일까. 늘 궁금해하던 그 기성세대가 바로 우리라는 걸 안 것은 그리 오래지 않습니다.
졸린 눈 부비며 허겁지겁 출근하는 당신, 삐질삐질 베어나오는 땀을 기름값 걱정에 매케한 배기가스로 식히며 화물차 운전하는 당신, 하루 종일 매대 앞에 서서 이옷 저옷 골라주며 인사하는 당신... 당신이 바로 기성세대입니다. 총 GDP 가 어떻고 내년 경제 성장률이 우짜고 해도 잘 감은 안 오지만, 내가 하는 삽질 하나 하나가 모여서 우리 나라의 경제를 지탱하고 있다는 것을 아는 당신, 그래서 경제의 주역으로 책임을 다하고 있다고 믿는 당신이 바로 기성세대입니다. 가끔 농담처럼 이런 말을 하곤 합니다. 경제의 주역인 우리 기성세대, 이제 정치의 주역으로도 책임을 해야하지 않겠냐고... 정당에도 가입해서 푼돈이지만 당비도 내며, 내가 속한 당이 하는 일을 보며 뿌듯해하고, 잘 하는 놈 있으면 가서 등 두들겨주지는 못해도 인터넷에서 토닥여주고... 경제, 정치 뿐만 아니라, 모든 면에 있어서 관심을 갖아야 할 세대인 것 같습니다.

7월 30일 서울시 교육감을 사상 최초로 주민 직선으로 뽑습니다. 바로 우리 기성 세대가 자라나는 새싹(오랜만에 써보는 새싹... 88 꿈나무... 어쩌고 하던...)들에게 해줄수 있는 최상의 서비스이자 의무지요. 다시 한번 기성세대 때문에 오늘날의 교육이 이모양이라는 소리를 듣지 않을 수 있도록 만들 수 있는 절호의 찬스입니다.
서울시 교육감은 초중고, 유아, 노인에 이르기까지 교육을 책임지는 교육 대통령으로 대학을 제외한 각종 교육 활동에 필요한 예산 집행과 인사권을 행사합니다. 즉, 5만 5천명에 이르는 교직원 인사권, 6조 1000억원대의 예산 집행 권한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 서울시 교육감 선거가 7월 30일 서울 시장 선거와 같은 방식과 규모로 치러집니다.

현 서울시 교육감이자 기호1번 공정택 후보가 한 말은 보면 교육의 수장으로 자격이 없습니다.
저소득층이 오면 교육 여건 열악하니 강남지역 공공 임대 건축을 재고해야 한다고...
전교조는 불순세력이며 촛불집회 배후세력...
교장 퇴근할때 교문까지는 아니더라도 현관까지 배웅해야
자립형 사립고, 특목고, 국제고 등 확대해야...

저는 기호 6번 주경복 후보를 지지합니다. 주경복 후보는 민주화를 위한 전국 교수협의회 공동의장을 지냈으며 현재 건국대 커뮤니케이션 학과 교수입니다. 주경복 후보는 조중동에 광고를 게재하지 않는 등 보수와 일정정도 선을 긋고 있습니다. 반면 보수진영에서는 주경복 후보를 전교조 후보라 규정하고 흠집내기에 여념이 없습니다. 아울러 한나라당에서는 주경복 후보를 겨냥한 낙선 운동을 할 듯한 인상을 주고 있습니다.
주경복 후보의 공약이나 살아온 길에 대한 좀 더 자세한 사항은 주경복 후보 홈페이지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아울러 서울시 교육감 후보들의 공약에 대한 비교는 오마이뉴스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여름 휴가 가시기 전 꼭 투표하고 가세요.

Posted by 장현춘

민주노동당의 가장 인기 있는 두 현역 국회 의원인 노회찬 의원과 심상정 의원이 얼마전 탈당을 선언하여 현재 3월 새로운 진보 정당 창당을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고, 전국적으로 집답 탈당계를 제출하는 민주노동당 당원들이 점차 늘고 있다. 이른바 NL / PD 논쟁... 무슨 80년대, 90년대 초 대학가 풍경도 아니고, 새삼스레 NL이니 PD니 하는 노선 갈등으로 제도권 정당인 민주노동당이 갈라질 판이다.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대법원 확정 판결을 받은 당원에 대한 출당 조치가 표면적인 이유이나 오랜 당내 계파간 갈등이 그 근본적인 원인이다.  소위 진보 세력들의 정치 세력화는 총선때마다 10%가 넘는 지지를 받는 제도권 정당으로 민주노동당을 자리매김함으로써 8년여의 시도는 성공적이라는 평가는 받아왔다. 하지만, 서로 다른 노선을 가진 두 정파가 진보 정치라는 한지붕 아래 모여 살다보니 계파간 권력 다툼이 없을 수가 없었고, 내부적으로 무슨 중요한 당 대회때마다 정파 갈등은 표출되었다. 민주노동당의 분당은 정해진 수순이었을지도 모른다. 아니, 어쩌면 제도권 정치 내에 진보 정당의 싹을 틔어, 가지 뻗듯 새로운 군소 진보 정당들을 일구어 나가는 것이 민주노동당의 운명일지도...

제도 정치권에서 나름대로 무게감을 드러내며 못가진 자들 편에 서서 그들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애쓴 유일한 서민 정당인 민주노동당이 분당으로 치닫는 것이 당비만 내는 "무늬만 당원"인 내게도 마음 아픈 일이다. 그들이 있어 지금껏 못가진자를 위한 많은 법적 장치가 마련되었고 국회의원 신분으로 찬 바람 맞아가며 남을 위해 단식하는 등 어느 당 국회의원들에게서도 찾을 수 없는 모습들을 보여주었다. 이런 모습이 있어, 늘 최고의 국회의원 순위에서 항상 선두권을 민주노동당 국회의원들이 차지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들의 지금까지의 노고에 박수를 보내며 먼 발치에서 지켜보려고 한다.
요 몇달간 민주노동당의 색깔이 서민 생활에 중점을 두기보다는 통일 및 북한과 너무 밀접한 듯 보여서, 아니 물밑에서 그래왔던 것들이 너무 표면적으로 보여서, 노동자와 서민 생활에 중점을 두고 비정규직에 관심을 두고자 하는 노회찬, 심상정의 신당에 가고자 오늘 민주노동당에 탈당계를 제출했다. 정치를 직접 하는 것도 아닌데, 벌써 당적이 개혁국민정당에서 민주노동당으로, 그리고 이제 또 다른 신당으로 바뀌게 되었다. 이번 만큼은 평생토록 함께할 수 있는 진보 정당이 만들어지길 기대한다.

사람들은 대학 입시를 준비할 때 다들 했듯이, 책상 머리에 무언가를 적어놓고 늘 그것에 의해 자극을 받고 질책을 받음으로 해서 자신의 초심이 흐트러지지 않도록 하는 경향이 있다. 또한 다른 사람들 앞에 말로써 자신의 생각을 표현했을 때 거기에 부합하도록 행동하려는 성향이 있다. 나에겐 생각하면 언제나 면목이 없어지는, 그래서 맘을 편치 않게 만드는 그런 단어가 하나 있다. 바로... 무임승차 ... 오늘 난 또 다른 무임승차를 하지 않기 위해 신당행 표를 끊는 길고 긴 줄에 서 있다.

Posted by 장현춘